리처드 파인만이라는 이름을 안 지 몇해 됐지만 책은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내가 과학뿐 아니라 수학하고는 좀 멀어서. 물리학을 하려면 수학도 알아야 한다. 리처드 파인만은 이론 물리학자겠지. 이론이라고 해도 실험을 할 거다. 이론을 증명해야 할 테니. 잘 모르는 사람은 하나로 과학이라 말하고 물리학자보다 과학자라고 할까. 내가 그렇구나. 지금까지 난 에디슨 뉴튼 아인슈타인을 그저 과학자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확실하게 모른다. 우주와 세상을 알려는 게 물리일까. 물리, 계산을 잘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다고도 한다. 이렇게 말하니 신비롭게 보이는구나. 과학을 한 사람에는 종교인이 많았다. 오래전에는 종교와 과학이 아주 가까웠다. 옛날에는 종교, 신을 믿었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과학이 들어갔다. 과학이 절대는 아닐 텐데. 이것도 생각없이 믿으면 안 된다. 좀 이상한 말로 흘렀다.
누군가는 우연히 만난 책이나 사람 때문에 자신이 갈 길을 정하기도 한다. 이 책을 쓴 레너드 믈로디노프는 대학을 잠깐 쉴 때 파인만 글을 만나고 물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 공부도 마쳤다. 믈로디노프가 쓴 논문이 물리학자 눈에 띄어 믈로디노프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칼텍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을 이르는 말이다. 믈로디노프는 자신이 정말 칼텍에서 일하게 된 게 맞나 했다. 믈로디노프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일하게 된 거였다고 상상하기도 했다. 물리학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랬을까. 칼텍에는 믈로디노프가 물리를 공부하게 한 파인만이 있었다. 그때 파인만은 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때였다. 내가 파인만 이름을 알았을 때 파인만이 이 세상에 없다는 거 잘 몰랐던 것 같다. 파인만이 암으로 죽었다니. 몸이 좋지 않을 때도 파인만은 물리학자로 살았구나. 내가 그런 처지라면 난 어떻게 할까. 난 아무것도 아니어서 아무것도 아닌 채 살겠다. 내게 남은 날 동안 책을 보고 쓸지도. 가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파인만은 과학자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믈로디노프는 그것을 바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 과학자는 보통 사람과 다를 것 같다. 가까이에서 본 적도 없는데 그렇게 생각한다니.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과학자가 괴짜여서 그렇구나. 파인만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믈로디노프는 논문을 쓰고 칼텍에서 일하게 됐지만 다음에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했다. 칼텍에서는 존 슈워츠가 끈이론을 연구했다. 그때는 끈이론이 별로 인정받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많은 사람이 끈이론을 연구한다. 과학을 잘 모르는 나도 끈이론이라는 말은 들어보았다. 핵을 구성하는 입자 쿼크라는 말도. 물리학 이야기도 여기에 담겼다. 그것을 아주 잘 알지 못해도 조금이라도 알면 좋을 텐데. 생각만 하고 그런 책 별로 만나지 않는구나.
어떤 일이든 하다보면 벽에 부딪친다. 그때 그 벽을 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른 것을 찾는 사람도 있겠지. 믈로디노프는 물리학뿐 아니라 글쓰기도 좋아했다. 물리학자한테 믈로디노프 자신이 시나리오를 쓴다고 말하면 그것을 좋게 여기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랬다. 파인만이 그런 말을 한 건 아니다. 파인만은 자신이 재미있으면 괜찮다고 하지 않았을까. 파인만은 상상하는 걸 좋아했는데 그건 과학을 하는 상상력이다. 파인만과 믈로디노프가 아주 친하게 지낸 건 아닌 것 같다. 가끔 마음이 맞을 때도 있었겠지. 그것도 좋은 경험이겠다. 파인만은 다른 사람을 별로 마음 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했다. 그것은 자기 마음을 들뜨게 하는 거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거나 하고 싶은 걸 찾고 그것을 하는 사람 부럽다. 부러워 하기보다 나도 찾아야 할지도. 믈로디노프는 물리학뿐 아니라 글쓰기도 그만두지 않았다.
물리학 이야기는 조금 어렵지만 다른 이야기는 아주 어렵지 않은데 그것까지 잘 못 알아들은 것 같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니. 파인만은 성공보다 삶에서 중요한 것을 알기를 바랐다. 다 그런 건 아닐지라도 나중에 이름이 남는 사람은 그걸 먼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집중해서 하는 것 같다. 자신이 하는 것이 결과가 좋지 않아도 그것을 하는 걸 즐기면 괜찮겠지. 난 책을 좀더 즐겁게 만나고 싶다. 늘 책 읽고 쓸 일을 걱정한다. 어떻게든 쓰는 걸 보면 이것을 싫어하지 않는 것 같은데. 앞으로도 책을 읽고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써야겠다.
희선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세계적 물리학자 파인만이 들려주는 학문과 인생, 행복의 본질에 대하여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FEYNMAN S RAINBOW) 는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불리는 리처드 파인만이 그의 제자와 나눈 학문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에서 출간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양자역학의 기본적인 지식은 물론, 이론물리학의 새로운 장이 열린 20세기 후반 풍경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며 국내외 많은 과학책 독자들에게 과학 분야의 명저로 꼽히는 책이다. 또한 죽음 앞에서도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통찰력으로 과학과 인생의 본질을 바라보는 리처드 파인만 노년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어, 스티븐 호킹은 이 책에 대해 위대한 물리학자 파인만의 모습을 잘 그려낸 ‘초상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리학과 삶의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과학책이자, 공부하는 사람들을 비롯한 삶과 일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인생 교과서이다.
저자인 레너드 믈로디노프는 물리학 박사로 지금은 전 세계의 전도유망한 과학도가 모이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스티븐 호킹과 함께 쓴 저서로 전 세계 독자들을 양자역학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도 칼텍에 연구원으로 있던 젊은 시절에는 물리학이 자신의 길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해 방황했음을 이 책에서 고백한다. 그러던 중 당시 물리학계의 전설적인 인물이자 같은 학교의 교수였던 파인만을 찾아갔고, 그와 대화를 나누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당시 암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던 파인만과 나눈 과학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 지식의 아름다움, 행복, 사랑, 예술,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담긴 대화는 불안함으로 가득 차있던 저자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인생의 가장 결정적인 시기에 길을 잃은 한 과학도가 위대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을 만나 성장하는 모습을 진지하면서도 때로는 유쾌하게 담고 있다.
머리말_ 한 물리학도가 자신의 길을 찾기까지
프롤로그
길 잃은 물리학도
원숭이가 한다면 당신도 할 수 있다
그리스인과 바빌로니아인
가망 없는 문제 풀기
중요한 건 재미야
물리학을 할 것인가, 글을 쓸 것인가
가슴이 뛰는가?
파인만의 길로 가다
에필로그
옮기고 나서_ 한 천재 물리학자의 알기 쉬운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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