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일주일마다 소설을 2~3편씩 읽고 리포트를 제출해야 하는 수업이 있었다. 몇 작품은 수월하게 써 낼 수 있었지만, 몇 작품은 평론을 참고해 가며 겨우 작성할 수 있었고, 또 몇 작품은 전혀 생각이 떠오르지도 않고 참고할 자료도 없는 것을 억지로 빈칸을 메워 제출했던 기억이 새롭다. 아쉬운 것은 그 당시에는 복사본을 준비할 생각을 못해서 그 때 썼던 글 모두가 내 손을 떠나 버렸다는 것이다. 그 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소설들을 읽었는지, 그 때의 글을 읽을 수 있다면 20대 초반의 나와 만날 수 있을 텐데 그럴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이 소설집에는 당시에 읽었던 많은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고,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잠시나마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소설집에 실린 김승옥의 ‘무진 기행’, 이청준의 ‘별을 보여드립니다’, 서정인의 ‘강’,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 이문구의 ‘우리 동네 황씨’ 등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을 통해서 60년대에서 80년대에 이르는 우리 소설이 이룩한 성취를 확인할 수 있다. 소설집에 실린 소설 중 몇 편은 그 이후에도 몇 번을 다시 읽었고, 몇 편은 15년 정도 만에 다시 읽는 소설도 있고, 또 처음 읽는 작품도 있다. 소설 각각이 주는 느낌도 똑같지는 않은 것이 어떤 것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우리 자신과 우리 주변의 삶과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무게로 다가오는 것도 있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소설을 읽는 재미를 마음껏 맛볼 수 있는 하나같이 빼어난 작품들이다. 내 소설적 관심이 7, 80년대를 향하고 있어서인지, 또는 90년대 이후의 소설들에 거리를 두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6~80년대의 소설들은 이전의 소설들과 차별성을 지니면서 탄탄한 구성과 개인이나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은 작품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기야말로 문학성에 있어서나 대중적 관심에 있어서나 우리 소설의 황금기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소설집을 통해서 좋은 소설을 읽는 행복한 경험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인상깊은구절]어떤 사람에게는 고죽 일생의 예술이 불타고 있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처절한 진실이 타오르고 있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고죽의 삶 자체가 타는 듯도 보였다. 드물게는 불타는 서화더미가 그대로 그만한 고액권 더미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중략> 그러나 그때 고죽은 보았다. 그 불길 속에서 홀연히 솟아오르는 한 마리의 거대한 금시조를, 찬란한 금빛 날개의 그 힘찬 비상을.
책 머리에
霧津紀行 / 金承鈺
별을 보여드립니다 / 李淸俊
江 / 徐廷仁
他人의 房 / 崔仁浩
未知의 새 / 韓水山
森浦 가는 길 / 黃晳暎
달밤 / 金周榮
每日 죽는 사람들 / 趙海一
조그만 體驗記 / 朴婉緖
우리동네 黃氏 / 李文求
저녁의 게임 / 吳貞姬
아버지와 雉岳山 / 오탁번
偶像의 눈물 / 全商國
山蘭 / 金聖東
山行 / 최학
未忘 / 金源一
金翅鳥 / 李文烈
사평역 / 임철우
은장도와 트럼펫 / 宋河春
죽은 皇女를 위한 파반느 / 유홍종
고리 / 한상윤
유리창을 떠도는 벌 한 마리 / 이인성
小人國 / 김원우
껍질과 속살 / 玄吉彦
山 / 洪盛原
왕룽一家 / 朴榮漢
한계령 / 양귀자
원숭이는 없다 / 尹厚明
果川에는 새가 많다 / 李東河
그해 겨울로 날아간 종이비행기 / 김영현
〔부록 1〕 : 소설이란 무엇인가 / 이남
〔부록 2〕
1) 「霧津紀行」의 의미분석 / 이남호
2) 「小人國」의 의미분석 / 이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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