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365일 전부를 다 하루하루 쪼개 각각의 날에 뭔 일이 있었는지를 밝히며 그 의미를 부여한 책. 생각만 해도 쉽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김형민이니까 가능했을 것. 그가 누군고? 딴지일보 사회부장으로 필명을 날리던 산하 다. 지난 번에 본 엽기세계사를 쓴 이성주도 그렇고 김형민도 그렇고 딴지일보에서 다들 한 문장씩 하던 인사들. 글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은 한 개인이 쓴 역사에 대한 소회일 수도 있고 평론일 수도 있으니 굳이 그의 시각에 다 동의할 필요는 없다. 그럴 수도 없고. 그러나 역사에 대해 나와 다르게 보고 느끼는 사람의 정돈된 생각을 읽는다는 건 큰 즐거움이다. 더구나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대로 내 젊었을 적 아련한 추억으로 되새김된다. 고맙게도 대부분은 생각도 거의 비슷하고.
요 며칠, 산하 때문에 즐거웠다.
1년 365일의 날짜를 이정표 삼아, 우리의 마음에 ‘오늘’처럼 남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가수 김광석의 안타까운 죽음, 불굴의 투수 최동원의 숨은 사연 등 동시대를 위로하고 인간의 자존심이 무엇인지 보여 준 이들, 소설 자유부인 논쟁, 인종차별에 맞선 9명의 어린 학생들 등 관습과 편견을 뒤집은 전설 같은 일들, 온 국민이 가슴 졸였던 인질극과 아직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세기의 인물의 죽음 등 언젠가 또 세상을 시끄럽게 할 사건들. 그렇게 웃고 울고, 기뻐하고 아파하고, 선택하고… 그러다 시대를 바꾸기도 했던 365일.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고, 여전히 용기를 주는 ‘오늘의 역사’를 담고 있다.
책은 역사적 자료들과 증언들을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사건들의 주인공이 말하는 것처럼 구성해냈다. 마치 옛날 일기장을 읽는 것처럼, 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시대사적 의미보다는‘하루하루’의 생생함을 드러낸다. 1월 1일에는 처음으로 양력 초하루를 겪게 된 개화기의 조선인이 되었다가, 5월 29일에는 에베레스트 첫 등반이라는 영광의 자리를 두고 고민하는 두 명의 산 사나이가 되었다가, 6월 30일에는 휴전선을 넘어 온 남한의 한 여대생을 보고 흥분한 평양의 시민이 되었다가, 10월 25일에는 멋진 프랑스 귀족들에 맞서 전투를 치르는 아일랜드의 평범한 보병이 되었다가….
그러다 보면 ‘그들’의 고민이, 지금 나의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평범했지만 위대한 이들 혹은 탁월했지만 사악했던 이들, 현재 나의 모습을 비추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용기와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머리말 _ 오늘을 움직이고 있는 숨겨진 사람들, 사건들
1월 _ 그들의 노래는 우리의 힘이다
건양 원년의 첫 날/ 가수 김광석 자살/ 연희전문 농구 팀 전 일본 농구 선수권 우승/ 눈물의 호남선 개통/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별세/ 외교관 라울 발렌베리 실종/ 김부남 살인 사건 등
2월 _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들
초세이탄광 갱도 붕괴/ 공수부대 수송기 한라산 추락/ 테니스 선수 아서 애시 사망/ 산적 플란 데비의 복수/ 반나치 운동가 숄 남매 체포/ 독립운동가 남자현 체포/ 현대 자동차 포니 첫 출고 등
3월 _ 역사는 언제나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향해 간다
국내 최초 전기 도입/ 탈레반 바미얀 석불 파괴/ 자유부인 논쟁 개시/ 페놀 방류 사건/ 호스티스 정인숙 살해 사건/ 김옥균 암살/ 국민방위군 의혹 조사위 조직 등
4월 _ 한 명이 백 명이 되고, 만 명이 되고, 수천만이 되었던 순간들
허원근 일병 의문사/ 신라 천마총 발굴 시작/ 전함 야마토 침몰/ KBS 파업/ 제암리 학살 사건/ 사북 항쟁 발발/ 마지막 황제 순종 사망/ 세계 챔피언 알리 병역 거부 등
5월 _ 인간의 자존심은 어떻게 지켜지는가
마드리드 시민 학살/ 베를린 서적 소각/ 만민중앙교회 신도 MBC 난입/ 최동원, 선동열 기록적인 투수전/ 박정희 저격한 김재규 등 사형 집행/ 에베레스트 최초 등반/ 한국의 카사노바 박인수 검거 등
6월 _ 그래도 저 사람은 이름이 남겠다
유제두 세계 챔피언 타이틀 획득/ 제헌국회 긴급동의 제출/ 시인 김수영 사망/ 오사카 고 스톱 사건/ 워털루 전투의 승전보/ 김선일 알 자지라 방송 등장/ 전함 포테킨의 붕괴/ 전대협 임수경 방북 등
7월 _ 소설보다 기막히고, 영화보다 화려하다
홍콩 반환/ 만주 만보산 사건 발발/ 이한열 장례식/ 마산노동학교 개교/ 드레퓌스 대위 무죄선고/ 유태인 강제이송 밸디브 사건 발생/ 원숭이 재판 판결/ 간첩 정수일 체포/ 미국 FBI 설립 등
8월 _ 여럿이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
양정모 최초 금메달 획득/ YH 노동자 김경숙 사망/ 평양노동운동가 김주룡 사망/ 비시 정부 필립 페탱 사형선고/ 장준하 사망/ 금지곡 해금/ 사코와 반제티 사형 집행/ 브라질 까마라 대주교 사망/ 한준수 군수 양심선언 등
9월 _ 만약 그 일이 없었다면? 만약 그 사람이 없었다면?
관동대지진 발생/ 조선말큰사전 원고 발견/ 청계피복노조 결사 투쟁/ 칠레 대통령 아옌데 사망/ 최석채 필화 사건/ 정효주 유괴 사건/ 오마르 무크타르 사형 집행/ 지존파 체포/ 경제평론가 정운영 별세/ 리틀록 나인 사태/ 번데기 약물중독 사건 등
10월 _ 역사는 언제나 우연을 핑계 삼는다
조류학자 원홍구 사망/ 나비 연구가 석주명 사망/ ‘노래를 찾는 사람들’ 첫 공연/ 지강헌 등의 인질극/ 스파이 리하르트 조르게 체포/ 윤극영 반달 발표/ 손양원 목사 아들 피살/ 아쟁쿠르 전투 등
11월 _ 사실은 말이야, 그게 아니라………
광주학생운동 발발/ 이스라엘 총리 이츠하크 라빈 저격/ 후지무라 유적 발굴 조작 보도/ 권투 선수 김득구 마지막 경기/ 김일성 사망설 유포/ 영부인 공덕귀 사망/ 할리우드 텐 영화계 추방/ 프로레슬러 김일과 장영철의 절교/ 사진 신부 하와이 상륙 등
12월 _ 누구나 존경하고, 누구나 사랑하는 그들이 있어
우금치 전투/ 재일 교포 북송 저지 공작원 적발 보도/ 무즙 파동/ 흥남 철수/ 방콕 아시안게임 축구 남북 결승전/ 차우셰스쿠 도주 감행/ 의사 장기려 사망/ 민주 투사 김근태 사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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